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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낙태 문제에는 신중론…“각 주가 결정해야”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낙태 문제에 대해서는 “각 주가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동영상을 통해 낙태 금지 문제와 관련, “각 주가 투표나 입법에 의해 결정할 것이며, 결정된 것은 해당 주의 법이 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많은 주에서 (낙태가 금지되는 임신) 주수가 다를 것이며, 일부 주는 다른 주에 비해 좀 더 보수적일 것”이라면서 “그것은 결국 (각 주) 국민의 의지에 대한 것이다. 여러분들은 여러분의 마음이나 종교, 신앙을 따라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동영상 연설에서 강간, 근친상간, 산모의 생명이 위험할 때 등의 경우에는 낙태 금지에서 예외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앨라배마주 대법원이 지난 2월 ‘냉동 배아도 사람’이라고 해서 논란이 됐던 체외 인공수정(IVF·시험관 아기) 문제와 관련, “어머니들이 아이를 갖기가 더 어려워지지 않고 쉬워지길 바라며 여기에는 IVF와 같은 난임 치료 이용에 대한 지지도 포함된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국 단위의 낙태권을 인정한 이른바 ‘로 대 웨이드’ 판결이 폐기된 이후 낙태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불법 이주민, 무역·통상, 안보 등 다른 정책 이슈에 대한 초강경 공약과 비교하면, 낙태 문제에 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같은 입장은 상대적으로 신중한 것으로 분석된다. 낙태 문제가 민주·진보 진영을 결집시키는 휘발성이 있는 이슈라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거주하는 플로리다주의 ‘임신 6주 이후 낙태 금지법’ 입법에 대해 “끔찍한 실수”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의 발언은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은 이후 낙태 문제에 대한 접근을 놓고 전국의 공화당원들이 얼마나 고심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김은별 기자 kim.eb@koreadailyny.com신중론 트럼프 트럼프 낙태 낙태 문제 도널드 트럼프

2024-04-08

[FOCUS] 대선 레이스 변수로 부상한 ‘낙태권 논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경제와 낙태 문제는 항상 주요 이슈로 등장한다.     대통령이 재임 중 대내외적으로 치적을 쌓았다 해도 경제가 나쁘면 재선하기 어렵다. 그만큼 경제문제는 국민의 생활과 직결돼 대선의 향방을 가름한다.     낙태도 경제 못지않게 대선의 변수로 작용한다. 의회 전문지 ‘더힐’도 지난달 올해 대선의 승패를 결정할 5가지 쟁점에 경제, 트럼프의 품행·바이든의 나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제3의 후보 등과 함께 낙태 문제를 꼽았다.     경제 정책에 대한 견해는 크게 보수와 진보로 갈라진다. 그럼에도 경제문제는 보수와 진보의 이념적 성향에 관계 없이 접점을 갖는다. 국가경제가 발전하고 개인생활이 윤택해져야 한다는 바람은 보수와 진보에 구분이 없다. 즉 경제 상황이 좋으면 보수와 진보의 의견이 극명하게 양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낙태는 이와 차이가 있다. 보수와 진보에 따라 반대와 찬성으로 나뉜다. 두 이념 사이에 다소 공감 부분이 있지만 원칙적으로 찬성과 반대의 큰 틀에서 대립한다.     올해 선거는 여성의 낙태를 합법화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연방대법원이 폐기한 후 첫 번째 실시되는 대선이다. 2022년 6월 30일 대법원은 헌법적 권리인 낙태를 인정하지 않는 판결을 내렸다. 49년 전 합법화 판결을 폐기하고 낙태 제한 여부는 주별로 정하도록 했다.     텍사스, 미시시피 등의 동남부 주들은 연방 판결을 계기로 낙태를 전면 금지하는 법을 발효시켰다. 일부 주에서는 낙태를 금하기 위한 새로운 법을 제정하기도 했다. 반면 캘리포니아와 뉴욕을 비롯한 서부와 동북부 주는 낙태 허용을 고수하겠다며 반발했다. 현재까지 14개 주가 낙태를 금지했으며, 7개 주는 낙태 허용 기간을 24주보다 짧게 규정했다.   ‘로 대 웨이드’ 판결 폐기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한 보수 성향 법관들의 역할이 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단임 임기 중 3명의 대법관을 지명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4번으로 가장 많기는 하지만 연임으로 임기가 트럼프에 2배인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적다. 버락 오바마, 조지 W. 부시, 빌 클린턴 등도 연임했지만 임기 중 각 2명씩 임명했을 뿐이다.     닉태와 관련해 이를 옹호하는 민주당이 공화당에 비해 유리한 입장이다. ‘로 대 웨이드’ 폐기 1주년을 맞아 실시한 USA투테이 조사에서도 닉태권 폐지 반대가 58%로 나타나 찬성 30%를 압도했다.     낙태를 금지했던 일부 주들도 찬성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2022년 중간선거에 대표적인 공화당 주인 켄터키와 몬태나에서 낙태권 지지가 과반을 득표했다. 민주당의 전체적인 중간선거 승리에 낙태권 지지가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로 대 웨이드’ 폐지가 2년 가까이 다가오면서 각종 낙태 관련 통계도 판결의 취지와 상반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폐지 이후 낙태는 증가하고 있다. 낙태권 옹호단체 구트마허 연구소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102만6690건의 낙태가 실시됐다. 가임기 여성 1000명 중 15.7명꼴로 낙태가 이뤄진 것으로 2020년과 비교해 10% 정도 늘어났다. 특히 2023년은 연간 낙태 건수가 100만건 이상으로 조사돼 2012년 이후 최다를 기록했다.     전체적으로 낙태 건수가 증가했지만 특히 낙태를 불법화한 주의 인근 주들 낙태가 크게 늘었다. 연구자들은 낙태가 허용되지 않는 주에 거주하는 여성들이 인근 주로 이동해 시술을 받았을 것으로 분석한다. 지난해 낙태 건수가 큰 폭으로 늘어난 지역은 텍사스, 위스콘신, 켄터키, 미주리 등과 인접한 주들이다.   낙태약 보급도 낙태 건수 증가에 한몫했다. 구트마허 연구소에 따르면 경구용 낙태약을 이용한 낙태는 10여년 전만 해도 전체의 10%를 넘지 못했으나 2023년에는 63%를 차지했다.     또 미국의학협회저널(JAMA)에 따르면 ‘로 대 웨이드’ 판결 폐기 전에는 한 달에 약 1400명의 여성이 낙태약을 사용했지만 폐기 이후에는 월평균 5900명으로 늘었다. 미국이 아닌 유럽 등에서 약을 구입한 여성까지 포함하면 약을 이용한 자가 낙태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낙태에 사용하는 대표적인 약은 미페프리스톤이다. 미페프리스톤은 임신 10주까지 사용할 수 있는 중절 약이다.   낙태 문제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이슈다. 프랑스는 지난달 4일 세계 최초로 여성의 낙태 권리를 헌법에 명시했다. 이를 계기로 낙태와 관련된 논란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가 낙태권을 명문화하기는 했지만 반대론자의 반발이 크다.     낙태 문제가 올해 대선에서 미묘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남아있다. 낙태 반대론자들이 경구용 낙태약 미페프리스톤의 사용 승인을 취소해야 한다며 연방식품의약국(FDA)에 소송을 제기해 지난달 26일부터 연방대법원이 심리를 시작했다.     2000년 FDA의 사용 승인을 받은 낙태약 미페프리스톤의 사용 금지 결정이 내리면 파장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낙태 문제와 관련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입장은 ‘여성 보호’라는 말로 요약된다. 그는 “트럼프는 여성의 권리를 박탈하기 위해 출마했지만 나는 보호하기 위해 출마한다”고 강조한다. 또 폐기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다시 복구할 것이며 트럼프에 의해 전국적으로 낙태가 금지되는 상황을 막겠다고 공약했다. 여성의 낙태권을 존중한다는 의미이지만 이면에는 낙태권을 지지하는 민주와 진보층을 결집하고 여성 표심을 끌어들이려는 의도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낙태에 대한 입장은 최근 들어 유화적으로 돌아섰다. 이전에는 낙태권이 폐지된 것은 자신이 임명한 보수성향 대법관 덕분이라고 자랑했지만 2022년 중간선거 등을 거치면서 직접적인 언급은 자제해 왔다. 최근에 임신 16주 이후 낙태 금지를 연방 차원에서 입법화하는 것에 대한 찬성 입장을 비공식적으로 표명하기는 했다. 보수 공화당도 낙태 금지로 인한 역풍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현재 연방대법원이 미페프리스톤에 대한 접근 제한 요구를 기각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한 3명을 포함해 다수 법관이 소송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렇지만 이번 심리가 갖는 의미는 크다. ‘로 대 웨이드’ 폐기한 후 연방대법원에서 처음 심리하는 낙태 관련 사안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올해는 대통령 선거가 맞물려 캠페인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대법원의 판결은 대선을 4개월 정도 앞둔 6월 말에서 7월 사이 내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선거 전문가들은 법원의 판결이 대선 레이스의 결과를 바꿀 수도 있다고 예상한다. 초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는 바이든과 트럼프의 대선에서 유권자들은 새로운 변수로 떠오른 낙태에 주목하고 있다.  김완신 에디터FOCUS 낙태권 레이스 낙태도 경제 낙태 문제 낙태 허용

2024-04-01

"낙태 이슈는 판단보다 책임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각종 사회적 이슈가 논란이다. 그중 하나가 '낙태'다.   지난 6월 연방대법원이 낙태 규제 여부를 주 정부 결정 사항으로 판결하면서 진보와 보수 진영에서는 견해 차이로 인해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기독교계도 마찬가지다. 대법원의 판결을 대체로 반색하는 분위기지만 한가지 목소리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기독교내에서도 생명에 대한 결정은 전적으로 신의 섭리하에 있다는 신본주의와 여성의 권리를 우선하는 인본주의가 첨예한 갈등 구도를 형성하며 서로 충돌하고 있다.   사실 낙태는 찬성과 반대 이분법적으로만 나뉠 수 없는 문제다. 이와 관련 미주장로회신학대학교 강우중 교수(기독교 사회윤리학)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기독교내에서 뜨거운 이슈인 낙태 문제를 기독교가 어떻게 반응하고 접근해야 하는지를 강의 시간에 자주 다루고 있다. 강 교수에게 기독교와 낙태 이슈에 대해 물었다.   낙태 논쟁은 대안 마련에 목적 인간에 대한 아픔, 상처 봐 기독교는 공감력 발휘 중요해 사회적 책임으로도 인식해야 성경적 해석, 복음적 반응 필요 헤아림과 함께함있는 논의돼야   -낙태에 대한 논쟁이 뜨거운데.   "낙태는 약물 또는 수술적 방법으로 임신을 종결시키는 것을 정의한다. 때문에 낙태는 태아의 생명에 대한 자의적 해석에 기초한 일방적 성격을 지닌 결정이다. 그렇지만 '일방적 결정'이라는 것은 '가볍게 내려지는 결정'과는 전혀 다르다. 두 개념이 동일하게 해석돼서는 안 된다."   -낙태 문제에 대한 올바른 접근법은.   "어떤 선택을 하든 아픔과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단 그 결정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다른 삶의 이야기들이 있다. 낙태에 대한 논의는 옳고 그름과 관련된 것이지만 각각의 사정을 아우를 수 있는 대안 마련에 목적을 두어야 한다. 특히 기독교인이라면 정치나 이념의 틀에서 논의하기보다 인간에 대한 아픔과 상처 생명에 대한 책임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예를 들면 어떠한 식으로 접근할 수 있나.   "가주에서만 한해 13만 건 이상의 낙태 시술이 이루어진다. 숫자 이면의 아픔과 고통을 이해하는 안목이 필요하다. 낙태라는 마지막 결정의 적합성 윤리성만 논하기보다 낙태 문제가 어떻게 왜 시작되었는가를 되짚어 봐야 한다. 우리 사회 세대가 갖고 있는 성에 대한 일그러진 인식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력(강간)의 심각성도 함께 점검하는 게 중요하다. 동시에 자각과 반성 역시 필요하다."   -낙태 이슈를 바라보는 교계의 시각은.   "낙태를 개인의 문제로 제한하고 사회의 책임으로까지 인식하지 못하는 둔감성을 지적하고 싶다. 왜 원하지 않는 임신 계획하지 않은 임신을 하게 됐는가를 살펴봐야 한다. 이를 통해 낙태에 대해 고민하는 당사자가 느끼는 후회 아픔 공포 고통 눈물을 봐야 한다. 나의 자리에서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을 평가하고 판단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자리로 옮겨가 그 문제를 함께 바라보는 사회적 공감력을 발휘해야 한다."   -기독교인에게 사회적 공감력이란.   "예수 그리스도와 연합된 존재라는 것을 깨우치고 고백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연합'에는 하나님의 속죄함 그리스도의 사랑 겸손 인내 헌신 등이 담겨 있다. 이 깨우침을 확보해야 연합된 자로서의 책임에 대한 다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근간에 기초하여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채워가고 사람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기독교가 낙태 이슈에 관심을 가져 할 이유는.   "최근 연방대법원의 결정으로 미국에서는 다시 한번 낙태에 대한 사회적 공방이 매섭게 오고 간다. 그렇다 보니 낙태에 대한 사회적 피로감만 더 쌓여가고 있다. 치열한 논의에 비해 한발씩 새 걸음을 내딛게 하는 대안 제시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기독교는 사회와 달리 성경적 시각을 통해 낙태를 고민하는 당사자와 그 사람이 속한 사회가 한 사람의 인생 한 생명을 위해 함께 어떤 노력 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를 해볼 수 있다."   -그러한 논의가 왜 적극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나.   "오늘날 시대에서는 인내 겸손 용기 사랑 친절과 같은 예수님의 이야기를 전하면서 살아가는 것을 '비현실적'인 일이라고 단정하기도 한다. 이것은 예수 그리스도와 연합하는 이야기가 담고 있는 생명력을 우리 스스로 축소하거나 포기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예수 그리스도가 써내려 갔던 연합하는 이야기는 지속해서 전개돼야 한다. 사회 안에서 일어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대해 성경적으로 해석하고 복음적으로 반응해야 한다. '연합'하는 그리스도인과 교회 공동체의 정체성과 사명을 다하면서 낙태 문제를 바라보고 접근해야 한다."   -낙태에 대한 단편적 판단의 위험은.   "기독교의 책임을 오히려 소홀히 하는 행동이 될 수 있다. 낙태 문제는 판단보다 책임이 더 크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사회적 이슈를 기독교 시각으로 접할 때 신앙으로 고백 되면서 동시에 이성적 사고와 해석을 통해서도 이해 또는 수용될 수 있는 인식의 틀을 제시하는 것이 교회의 선교적 사명이다. 낙태 문제를 두고 신앙적 신념과 가치를 주장하는 것의 목적은 하나님의 사랑을 이해하고 그 사랑의 영역으로 되돌아오게 하거나 회복시키는 것이다. 헤아림과 함께함이 없는 종교 재판 식의 가치 주입이나 '나'의 신앙적 신념을 부과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교회가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먼저 낙태 문제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고 그들을 위로하며 설득할 수 있는가를 돌아봐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교회가 그들을 위한 '돌봄 시스템' '위탁 시스템' '미혼모 지원' '쉼터 역할' 등을 제공할 수 있는지 논의해볼 수 있다. 손가락질할 게 아니라 '얼마나 아플까'를 먼저 공감했으면 좋겠다. 지역 사회 안에서 이웃에게 보다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다줄 수 있는 한인 교회가 됐으면 한다." 장열 기자낙태 이슈 낙태 이슈 낙태 문제 낙태 논쟁

2022-10-03

[프리즘] 낙태권 충돌과 F워드

연방대법원이 지난달 24일 낙태권을 인정했던 1973년 판례를 폐기했다. 이로써 태아가 자궁 밖에서 생존할 수 있는 임신 24주 이전까지는 낙태를 허용한다는 연방의 기준선이 사라졌다. 이제 낙태 허용 여부와 어디까지 허용할지는 주정부와 주의회가 각자 결정하게 됐다. 주마다, 주 안에서 편차와 혼란이 일 것은 당연하다.   낙태는 총기 문제와 더불어 가장 휘발성이 강한 이슈로 꼽힌다. 시각차가 첨예해 의견을 좁히기 어려워, 논쟁이 격화되기 쉽고 그만큼 민주적 토론 과정을 걸쳐 사회적, 정치적 합의에 이르기 쉽지 않다.   낙태권 인정 판례 폐기 직후 나온 반응은 낙태 문제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연방대법원의 결정을 놓고 바이든 대통령은 “주법으로 낙태가 불법이었던 1800년대로 돌아간 것”이라고 비판했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 세대 만의 가장 큰 승리”라고 환호했다. 말 자체로도 격차를 메우기 얼마나 힘들지 느껴진다.     주마다 견해 차이는 더 격렬하다. 미주리주의 에릭 슈미트 검찰총장은 “생명의 신성함을 위한 기념비적인 날”로 규정했고 미시간주의 그레천 휘트머 주지사는 낙태권 유지를 위해 죽기 살기로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그렇다 해도 낙태를 둘러싼 근원적 주장은 바뀌지 않았다. 흔히 낙태 반대와 찬성으로 번역되지만, 원래의 주장은 ‘생명 옹호(pro-life)’와 ‘선택권 옹호(pro-choice)’다. 두 주장을 떼어내 보면 모두 정당성이 있다. 태아의 생명이 존중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나, 여성은 자기 몸에 대한 결정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나 반대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두 가지 가치를 나란히 놓고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사안에 따라 어느 가치를 우선할 것이냐는 바뀔 수 있지만 판결 직후 나온 미주리주의 법안처럼 “의학적 응급 상황을 제외하고는 낙태하거나 유도해서는 안 된다”라고 못 박으면 상황은 달라진다.   오래전부터 사람의 신체, 특히 출산하는 여성의 몸을 보는 시각은 개인의 입장과 사회와 국가의 입장이 뒤섞여 있다. 서로 다른 입장을 어디까지 인정하고 수용할 것인가는 그 시대의 흐름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낙태 문제가 어려운 것은 몸과 생명을 대하는 태도 자체가 시대 정신과 사회의 정체성, 진영간 시각이 그 어느 문제보다 강하게 투영돼 있기 때문이다.     1973년 낙태를 허용한 연방대법원 판결은 진보의 물결과 함께 나왔다. 이후 전 세계적으로 낙태 관련 문제는 내 몸은 내가 결정한다는 자기결정권을 중시하는 쪽으로 흘러왔다.     지난달 내려진 73년 판결 폐기 결정은 보수의 확산과 흐름을 같이한다.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이 보충의견에 동성결혼 및 피임 관련 판례도 재검토할 의무가 있다는 의견을 낸 것도, 연방대법원이 포괄적 온실가스 배출규제에 제동을 거는 판결을 내린 것도 이런 맥락을 보여준다.     낙태권 인정 판결 폐기가 낙태 제한으로 이어질지, 거센 반발 속에 낙태권 인정으로 회귀할지, 양 진영이 주별로 계속 충돌할지 알 수 없지만 우려되는 것은 민주적 토의 절차 자체가 힘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28일 로리 라이트풋 시카고 시장은 공개된 자리에서 클래런스 토머스 연방대법관에게 F워드를 사용했다. 논쟁이 격화되면 의견이 아니라 의견을 낸 사람을 공격한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민주적 체계와 시스템, 이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이 깨지고 토론 절차가 파괴된다. 결국 찬반 토론은 합의가 아닌 혐오로 증오로 향한다. 거기까진 가지 말아야 한다. 안유회 / 뉴스룸 에디터프리즘 낙태권 충돌 낙태권 인정 낙태권 유지 낙태 문제

2022-07-04

낙태문제로 갈린 미국사회 워싱턴 한인들은 대체로 "낙태 찬성 입장"

    미국 연방대법원이 지난 24일 낙태를 합법화한 '로 대 웨이드'판결을 공식 폐기한 가운데, 논란은 미국을 극심한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BBC에 따르면 한 임신중단 반대 운동가는 "생명권을 지킨다는 것은 낙태를 생각조차 할 수 없게 만드는것"이라며 법원의 판결에 환호한 반면, 미국 성인 과반수 이상은 낙태의 합법화를 지지하는 실정이다. 실제로 퓨리서치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60%가 대부분 혹은 모든 경우에 낙태가 합법화되어야한다고 동의하는 등 대법원의 판결이 일반 국민들의 의견과 불일치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판결은 워싱턴 지역에 사는 한인들에게 또한 논쟁거리다. 본보는 27일 한인들의 '낙태법 폐기'에 관한 입장을 취재해 정리했다.  취재결과, 비교적 낙태에 대해서 관용적인 대한민국의 문화적 특성상, 연방대법원의 결정을 받아드리기 힘들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결혼 했으나 아직 자녀가 없다고 밝힌 한인여성  A씨(20대, 페어팩스 거주)는 "임신과 출산은 한 사람의 인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여성의 낙태에 대한 결정권이 지켜져야한다"며 반대의견을 표했다. 그녀는 "21세기 세계 최고 국가라고 불리는 미국 대법원의 결정이라고는 이해하기 힘들다"고 했다.  반면 두 자녀를 가지고 있는 한인여성 B씨(50대, 리스버그 거주)는 "태아도 생명이기 때문에 어떤 권리로도 침범 당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대법원의 결정에 찬성을 표했다. 한인 여성들은 대체로 낙태에 찬성이라는 반응이었으나, 50대 이후에는 종교적 입장에 따라 반대 목소리도 존재했다.   여성들과 달리 한인 남성들의 낙태문제에 관한 입장은 나이와 상관없이  종교관에 따라 좌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모(40대, 맥클린 거주) 씨는 "기독교인으로서 근본적으로 낙태는 죄라고 생각한다"면서 "숨쉬고 엄마와 감정적 교류하는 태아를 살해하는 것을 법으로 보장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전 모(40대, 락빌 거주)씨는 "한국에서는 거리낌 없이 행해지는 낙태가 미국에서 이렇게 문제가 되는 이슈인지 몰랐다"고 말했다. 김 모(30대, 페어팩스 거주)씨도 "도덕적으로는 옳지 않다고 판단하지만 산모와 가족들의 개인적인 상황 등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다른 나라들과 달리 미국에서 특히 낙태 문제는 대표적인 정치적 쟁점으로 이어진다. 민주당 성향 유권자는 대체로 낙태를 찬성하기 반면 공화당 성향 유권자는 낙태 합법화를 저지하는 조치를 취해왔다. 메릴랜드 유권자들은 1992년 태아가 생존하기 전 또는 특정 조건 하에 언제든지 낙태할 권리를 국가가 간섭하는 것을 금지하는 국민투표를 승인한 바 있고 래리 호건 주지사는 지난 금요일 "1992년 국민투표에 따라 주법을 준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버지니아 주지사 글렌 영킨은 지난 24일 그의 사무실에서 "임신 15주 이후 대부분의 낙태 금지를 추진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선 "강간, 근친상간 또는 생명이 위험에 처한 경우 예외를 두겠다"고 말했다.  박세용 기자 spark.jdaily@gmail.com미국 낙태문제 낙태 합법화 낙태법 폐기 낙태 문제

2022-06-27

‘낙태권 폐지’ 11월 중간선거 쟁점 가능성

낙태를 헌법상 권리로 인정하지 않은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나온 이후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권에서 낙태 문제를 둘러싼 득표전이 본격적으로 불붙는 양상이다.   민주당은 대법원 판결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이들이 더 많은 여론의 우위를 토대로 중간선거의 핵심 쟁점으로 삼으려는 반면 공화당은 낙태 문제 대신 인플레이션 등 경제실정 이슈가 묻히지 않도록 방점을 두는 분위기다.   CBS방송이 여론조사기관 유고브와 함께 지난 24∼25일 성인 159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9%는 ‘대법원 판결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41%는 ‘지지한다’고 응답했다. 58%는 낙태를 합법화하는 연방 차원의 법률 제정에 찬성했고, 42%는 반대했다.   민주당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중간선거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이번 판결이 분위기 전환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바이든 대통령이 낙태권이 투표용지 위에 있다고 밝힌 것을 시작으로 중간선거에 출마한 연방의회, 주 정부, 주의원 후보들도 일제히 이 문제를 최전방의 이슈로 부각하려고 달려들고 있다.   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해야 낙태권을 보장하기 위한 연방 차원의 법률을 제정할 수 있고, 주 단위에서도 여성의 권리를 지킬 수 있다는 논리다.   민주당은 유권자의 분노를 행동으로 옮기고 지역 선거운동으로 조직화하기 위한 웹사이트까지 개설했다.   특히 민주당은 이번 판결이 교외 지역 여성 유권자의 지지를 자극할 호재로 여기는 분위기다.   교외는 진보 색채가 강한 도시와 보수 성향이 강한 시골 사이에 위치한 곳으로, 도시에 직장을 둔 대졸, 중산층 이상 백인이 많이 모여 살며 특정 정당을 일방적으로 지지하지 않아 승부를 결정짓는 ‘스윙 보터’로 통한다.   실제로 CBS 여론조사를 보면 여성의 67%는 대법원 판결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응답해 남성(51%)보다 높게 나타났다.   반면 공화당에선 선거의 근본 구도가 변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번 판결의 영향이 단기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공화당의 선거운동 전문가인 존 브라벤더는 워싱턴포스트(WP)에 “보편적 이슈는 경제에 대한 우려”라면서 “이것이 다른 어떤 이슈보다 선거를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낙태 판결이 공화당에 일부 불리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맹점으로 꼽히는 경제 실정을 고리로 선거전을 이어가겠다는 뜻이다.   서맨사 블록 공화당 의회선거위원회 대변인은 “대법원의 판결은 낙태 문제를 주로 되돌려준 것”이라며 “유권자의 가장 큰 우려는 오르는 물가, 치솟는 범죄, 남부 국경지대의 재앙이라는 사실을 바꾸는 것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연방의원 “백인 삶의 승리” 발언     O…연방 하원의원이 낙태권을 헌법상 권리로 인정하지 않은 연방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백인의 삶을 위한 승리라고 발언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의원실 측은 뒤늦게 원고를 잘못 읽은 것이라고 수습에 나섰다.   AP통신에 따르면 공화당 소속 매리 밀러 하원의원(일리노이)은 25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일리노이주에서 개최한 유세 도중 “미국의 모든 ‘마가’ 애국자를 대신해 어제 대법원에서 있었던 백인의 삶을 위한 역사적 승리에 대해 감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유세장에 모인 수천 명의 군중은 환호했다.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캐치프레이즈다.   하지만 밀러 의원의 발언은 소셜 미디어 등에 게재되며 백인 우월주의자를 연상시킨다는 거센 비난을 받았다.   아울러 작년 1월 6일 연방의사당에서 발생한 폭도들의 난동 사태를 두고 “히틀러는 한 가지에 대해서는 옳았다. 젊음을 가진 사람은 누구나 미래가 있다는 것”이라며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를 인용했다가 비난이 쇄도하자 사과했던 일까지 다시 회자됐다.   논란이 불거지자 의원실은 밀러 의원이 원고를 보고 읽다가 ‘낙태 반대를 위한’(for right to life)이라는 문구를 ‘백인의 삶을 위한’(for white life)이라고 잘못 읽었다고 정정했다.   또 밀러 의원이 다운증후군을 앓는 아이를 포함해 백인이 아닌 손주들을 가진 할머니라고 진화에 나섰다.   “여성 기본권 붕괴”…美 스타들, 낙태권 폐지에 분노   O…팝계의 여성 스타들이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폐지 결정에 반발하며 분노를 쏟아냈다.   26일 연예매체 버라이어티와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영국 음악 축제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에 참가한 팝스타들은 낙태권 폐지 결정을 이끈 보수 성향의 연방 대법관들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19살 팝스타 올리비아 로드리고는 무대에 올라 “큰 충격을 받았고 두렵다”며 “낙태권 폐지 때문에 많은 여성과 소녀들이 죽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보수 대법관들의 이름을 하나씩 거명한 로드리고는 “당신들을 증오하고 이 노래를 바친다”며 욕설로 된 제목의 노래를 영국 팝스타 릴리 앨런과 함께 불렀다.   이번 축제에 동참한 팝가수 빌리 아일리시도 “미국 여성들에게 정말 어두운 날”이라며 연방대법원을 비판했다.   텍사스주 출신의 메건 디 스탤리언은 “내 고향 텍사스 때문에 부끄럽다”며 여성은 자신의 몸에 대한 결정을 내릴 기본권을 갖고 있다고 외쳤다.   미국 팝 시장을 주름잡아온 ‘디바’들도 트위터를 통해 목소리를 냈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신체 권리를 박탈했다. 무척 두렵다”고 했고, 머라이어 캐리는 “여성의 권리가 눈앞에서 무너지는 세상에 왜 살고 있는지를 11살 딸에게 설명해야 한다. 정말 이해할 수 없고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원로 가수 겸 배우 벳 미들러는 “미국 국민들의 의지와 요구에 귀를 닫은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남성 유명인들도 여성 스타들의 낙태권 보장 요구에 힘을 보탰다.   작가 스티븐 킹은 19세기로 돌아간 연방대법원이라고 꼬집었고, 마블 영화 ‘캡틴 아메리카’의 주인공 크리스 에번스는 낙태권 폐지 결정을 비판한 글을 잇달아 리트윗하며 지지 의사를 표시했다.중간선거 낙태권 낙태 판결 대법원 판결 낙태 문제

2022-06-26

대법원 낙태 금지는 일리노이에 호재되나

연방 대법원에서 낙태를 위헌으로 판결할 경우 일리노이와 시카고 시의 대기업 유치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연방 대법원에서 낙태를 금지하는 판결을 곧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앞서 일부 주에서는 낙태를 전면 불법화하는 판결을 내리고 있기도 하다.     일리노이 주는 전통적으로 낙태를 합법화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근 다른 주에 비해 낙태에 우호적인 환경을 가지고 있어 원정 낙태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만약 연방 대법원이 낙태를 금지하는 판결을 내리고 다른 주에서도 이에 따라 자체적으로 낙태를 불법화하게 되면 시카고와 일리노이 주로 주요 대기업들이 이동할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왔다.     특히 젊고 학력 수준이 높은 일자리를 갖춘 테크 기업의 경우 시카고와 같은 프로 초이스 도시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최근 몇 년 새 시카고 지역에는 세일즈포스와 구글 같은 회사들이 시카고 다운타운 서쪽 지역을 중심으로 중서부 본사를 마련하고 있다.     기업들의 부지 선정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 The Boyd사에 따르면 "유능하고 젊은 인재를 찾고자 하는 기업들의 경우 환경과 사회적인 이슈를 우선시한다. 그리고 이 이슈에는 낙태 문제도 포함된다"며 "연방 대법원의 판결이 낙태 문제에 대해 민감해 하는 기업들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밝혔다.     시카고의 대표적인 경제 단체인 월드 비즈니스 시카고도 최근 50여명의 기업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낙태 이슈가 회사의 입지 선정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를 물었는데 약 절반 가량의 기업들이 그렇다고 대답한 사실을 공개했다.     만약 낙태가 불법화된다면 플로리다와 텍사스 등은 낙태를 전면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 지역들은 기업이 선호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에 일리노이 주 정부는 많은 대학들이 위치하고 있으며 전력 공급망이 안정적이며, 아르곤과 페르미 연구소와 같은 리서치 센터가 가깝고,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풍부하다는 점 등을 강조하며 주요 기업들이 시카고와 일리노이 주에 유입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Nathan Park 기자일리노이 대법원 대법원 낙태 낙태 이슈 낙태 문제

2022-06-23

교계 "낙태 문제 단순하지 않아, 이면의 문제 봐야"

  ━   미시시피주 낙태금지법 심리     연방대법 낙태 금지 심리 시작 '로 vs 웨이드' 판례 변화 주목 대체로 기독교계는 낙태 반대 자세히 들여다보면 입장 차이   명확한 신앙적 가치 이해 필요 반대 주장 설득력 있게 전해야   전국적으로 '낙태' 문제가 이슈다.   특히 기독교계는 최근들어 시선을 낙태 문제에 두고 있다. 그만큼 민감한 이슈다. 생명 인권 등과 관계된 문제라 그렇다.   이때문에 기독교내에서도 찬반은 갈린다. 낙태는 사회문제이기에 앞서 이면에는 '종교적 신념'도 기준으로 작용한다. 생명에 대한 결정은 전적으로 신의 섭리하에 있다는 신본주의와 여성의 권리를 우선하는 인본주의가 서로 충돌한다.     향후 낙태가 첨예한 갈등 구도속에 뜨거운 논란이 될 수 있는 이유를 알아봤다.     지난 1일 연방대법원에서는 낙태 금지 여부를 두고 양측의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임신 15주 이후 부터 낙태를 금지한 미시시피주 법 때문이다.     이날 심리는 제기된 소송 사안에만 국한된 공방이 아니었다. 치열한 공방 이면에는 미국서 50년 가까이 낙태 합법화를 법적으로 지탱해온 '로 대 웨이드(Roe vs Wade)' 판례가 뒤집힐수도 있는 가능성이 점쳐졌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연방대법원이 이번 미시시피주의 낙태 금지법을 인정한다면 수십년 간 낙태 합법화의 근간이 된 법적 판례 자체를 사실상 흔들어 버리는 세기적 판결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스콧 스튜어트 미시시피주 법무부 차관이 주를 대신해 낙태 금지법을 변호하고 있다.   39세의 스튜어트 차관은 프린스턴대학 스탠퍼드대학 법대를 졸업하고 변호사로서 행정부 주정부 등의 변론만을 도맡을 정도로 법조계에서는 유능함을 인정받고 있다.   그런 스튜어트 차관이 이날 심리에서 가장 먼저 들고 나온 카드가 바로 '로 대 웨이드' 판례의 위헌성이었다.   스튜어트 차관은 이날 심리에서 "로 대 웨이드 판결은 완전히 잘못됐다. 그 판례에 근거해 낙태가 헌법적 권리를 갖고 있다는 주장은 역사 전통 문자적 사회 구조적으로도 근거가 없다"며 "지금은 시간이 흘러 모든게 변했다. 그 시절보다 피임 등에 대한 접근도 쉬워지고 인식도 변했다"고 강조했다.   실제 이날 심리 진행에서는 로 대 웨이드 판례의 위헌성 여부가 핵심이 됐다.   미시시피주 낙태 금지법에 소송을 제기한 조 바이든 행정부의 경우는 현재 엘리자베스 프리로거 변호사가 연방정부를 대신해 변론을 맡고 있다.   프리로거 변호사는 "로 대 웨이드 판결은 올바르게 내려진 결정이었다. 그것을 뒤집으려는 것은 매우 심각한 피해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며 "모든 미국인이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헌법적 권리를 연방대법원이 폐지하려던 적이 있었는가"라고 되물었다.   주류 언론들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낀 듯 하다.   '연방대법원이 미시시피주의 낙태 금지법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The Supreme Court seems poised to uphold Mississippi's abortion law)' '논쟁은 끝났다. 다음은 무엇인가(The arguments are over. Here's what happens next)' '(민주당 강세주인) 파란주들의 낙태 권리 옹호자들은 로(roe) 이후의 세계를 대비하고 있다(In a blue state abortion rights advocates brace for possible 'post-Roe world)' 등 '로 대 웨이드' 판례가 뒤집힐 수도 있음을 조금씩 보도하는 모양새다.   미시시피주의 낙태 금지법을 두고 연방대법원은 내년 6~7월경에 판결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그때까지 사회적으로는 극심한 찬반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교계 여론을 좀 더 들여다보자. 낙태 문제는 대체로 보수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높다. 특히 미국에서는 보수 기독교의 근간인 남동부의 '바이블 벨트' 지역을 중심으로 낙태 금지를 지지한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부통령이었던 마이크 펜스도 심리가 열리기 전날 워싱턴DC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연방대법원은 지금 역사적으로 잘못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을 수 있는 기회 가운데 있다"며 "지난 반세기 동안 가정이 깨지고 계획되지 않은 임신이 증가하며 성병 등이 증가한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로 대 웨이드 판결은 뒤집혀야 한다"고 말했다. 펜스는 보수 기독교인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낙태에 대한 기독교계의 기본적 입장은 대체로 명확하다. 생명은 '신(하나님)'으로부터 주어졌기 때문에 생명에 대한 존재 결정은 인간이 선택할 수 없다는 주장이 다수다.     이는 여론조사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최근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바이블벨트를 근간으로 형성된 보수적 색책의 백인 복음주의(evangelical) 개신교는 낙태 반대(70%) 여론이 매우 강하다. 합법화 찬성은 29%에 그쳤다.   그러나 좀 더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다소 입장 차이가 보인다.   먼저 일반 백인 주류(mainline) 개신교는 낙태 찬성 여론이 67%로 반대(30%)보다 두배 이상 높다. 흑인 개신교인은 낙태 찬성이 55%였다. 반대는 41%였다. 교리적으로 낙태를 반대하는 가톨릭의 경우도 미국내 가톨릭은 낙태 찬성이 53% 반대는 44%로 여론이 갈린다.   이처럼 입장 차이를 보이는 것은 시대적으로 낙태에 대한 인식이 완화된 탓도 있지만 기독교 내에서 낙태 이슈에 대한 관심이나 성경적 관점에 대한 실제적 논의 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를 위한 반대보다는 실질적으로 대안 등을 제시하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교인 클레어 김(54.LA)씨는 "개인적으로 낙태를 반대하지만 대개 한인 교회에서는 낙태에 대해 무조건 '성경적이지 않다'는 결론만 알려주다 보니 교인들은 단순한 시각으로 이 문제를 본다"며 "하지만 시대가 급변하는데 '죄다 아니다'의 관점만 언급한다면 교계의 주장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기가 어렵지 않느냐"고 말했다.   미주장로회신학대학교 이상명 총장은 "낙태는 기독교에서 다룰 때도 아주 예민한 문제지만 일단 생명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은 모든 종교가 가진 공통된 가치일 것"이라며 "예를 들어 무분별하고 그릇된 성문화나 결혼에 대한 가치관도 하나의 원인이 될 수 있는데 낙태 이면에 있는 각종 문제에 대해 교회가 성경적 가치관을 제시하고 바로 잡아나가는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교회가 주장하는 '생명 존중' '창조질서의 보전'이라는 신앙적 가치를 지향하는 목적에 대해 명확한 이해가 먼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미주장신대 강우중 교수(기독교와 문화)는 "낙태 문제를 두고 신앙적 신념과 가치를 주장하는 것의 최우선 목적은 하나님의 사랑을 이해하고 그 사랑의 영역으로 되돌아오게 하거나 회복시키는 것"이라며 "당사자들을 향해 헤아림과 '함께함'이 없는 종교 재판 식의 가치 주입이나 '나'의 신앙적 신념을 부과하는 것은 결코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장열 기자문제 교계 낙태 금지법 낙태 문제 낙태 반대

2021-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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